[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상반기 내수 자동차시장이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상반기 국내 자동차시장 규모를 전년 동기보다 10.7% 줄어든 80만 대로 추정했다. 

특히 같은 기간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의 내수 판매량은 모조리 뒷걸음친 것으로 집계됐다.

3일 비즈니스포스트는 현대자동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 KG모빌리티(KGM), 르노코리아, 한국GM 등 국내 5개 완성차 업체가 판매하는 차량 가운데 내수 침체 속에도 올 상반기 판매량을 늘린 차종을 집중 분석했다.

분석 결과, 5개사가 국내 판매하는 47개 승용차종 가운데 올 상반기 전년 대비 국내 판매량이 증가한 차종은 모두 12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두자릿수 이상 판매 증가율을 보인 차는 7개 차종에 그쳤다.
  상반기 가장 높은 판매 증가세를 보인 차는 현대차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싼타페다. 올 상반기 국내에서 전년 동기보다 무려 140.1% 증가한 3만9765대가 팔려나갔다.

싼타페는 작년 8월 5세대 완전변경 모델이 출시된 뒤 국내에서 판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싼타페는 2000년 현대차가 처음 독자 개발한 SUV로, 2004년에는 SUV 최초로 국내 연간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에 4세대 싼타페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놓고 소비자들의 디자인 호불호가 크게 갈리며 같은해 출시된 기아 4세대 쏘렌토에 국내 SUV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다. 

현행 5세대 싼타페는 기존 모델들의 부드러운 디자인 기조를 완전히 벗어나 정통 SUV 정체성을 강조한 각진 외관을 갖추면서 판매량을 기존 모델보다 2배 넘게 끌어올렸다.
  기아 중형 SUV 쏘렌토와 대형 RV(레저용 차량) 카니발은 작년 국내 연간 승용 판매 2위와 3위에 이름을 올렸는데 기존에도 많았던 판매량을 올 상반기 각각 35.6%, 14.0% 더 끌어올렸다. 상반기 쏘렌토는 4만9588대, 카니발은 4만4868대가 국내에서 팔려 각각 승용 판매 1위, 2위를 달리고 있다. 

쏘렌토와 카니발은 작년 8월과 11월 각각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왔다. 두 차량 모두 기존의 가로형 헤드램프를 수직형으로 바꿔 달고 이를 수직으로 감싼 얇은 주간주행등(시그니처 스타맵 라이팅)을 적용해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 수준으로 디자인을 확 바꾸면서 판매량을 더 키웠다.

또 카니발은 최근 국내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 기존에 없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했다. 특히 지난달 카니발은 올해 1~5월 월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싹쓸이해온 쏘렌토를 밀어내고 월간 판매 1위 자리를 꿰찼다. 이런 기세를 몰아간다면 올해 역대 대형 RV 최초로 국내 연간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중형 세단 쏘나타도 39.2%의 높은 판매 증가율을 보였는데 현대차가 지난 4월 중국에서 생산하는 쏘나타 택시 모델을 국내 출시한 영향이 컸다. 

현대차는 작년 7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아산공장에서 생산하던 쏘나타 뉴라이즈 택시(DN7) 생산을 중단했는데 택시 업계의 반발에 베이징 공장에서 만든 쏘나타 택시(DN8)를 재출시했다.

쏘나타는 중국산 택시 모델 출시에 힘입어 지난 5월 1년 8개월 만에 월간 판매 5위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엔 4위로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렸다.
  현대차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SUV GV80은 국산 내연기관차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에도 올 상반기 전년 동기보다 63.5%나 증가한 2만3812대가 판매됐다. GV80 국내 판매 가격은 6930만~7830만 원, GV80 쿠페는 8255만 원인데 쿠페 모델에 옵션을 추가하면 가격이 1억 원을 넘어선다.

작년 연간 국내 판매량 2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GV80의 올 상반기 판매 순위는 10위를 기록했다.

제네시스는 작년 10월 GV80의 첫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다. 동시에 역동적 디자인과 성능을 더한 브랜드 첫 쿠페형 SUV인 GV80 쿠페도 라인업에 추가했다.

이밖에 현대차 투싼(3.4%), 기아 레이(0.7%), K3(23.8%), K5(5.1%), 셀토스(8.4%), 스포티지(8.9%), KG모빌리티 티볼리(20.5%) 등도 올 상반기 국내 판매량을 늘렸다. 

르노코리아와 한국GM의 국내 판매 차량들은 상반기 판매량이 모두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허원석 기자